권영미 교수(가톨릭대학교 보건학 박사)
권영미 교수(가톨릭대학교 보건학 박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백신 보급과 치료제 개발로 팬데믹 종식에 대한 희망이 한때 컸으나,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은 그 희망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방역 피로, 그리고 과도한 일상 회복에 대한 욕구는 코로나가 종식되기보다 더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 그 시사점, 그리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자.

첫 번째, 재확산의 원인: 변이 바이러스와 경계심의 이완

코로나19의 재확산은 단순한 방역 실패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바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델타, 오미크론 등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한 변종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방역 체계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하거나 감소시키는 경우가 많아, 집단 면역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하면서 경계심이 점차 이완된 것도 큰 문제다. 초기에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방역 지침을 따랐지만, 장기화된 팬데믹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일상 회복을 갈망하며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바이러스의 재확산을 촉진시키고 있다.

두 번째, 백신의 한계와 접종율 문제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대응의 핵심 도구로 여겨졌으나, 현실적으로 그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다. 초기 백신들은 중증 예방과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력이 약해지며 추가 접종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떨어뜨렸고, 백신이 모든 변종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보호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백신 접종 거부자들 역시 문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 음모론,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해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집단 면역 형성에 걸림돌이 되며,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조차도 완벽한 방어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백신만으로 팬데믹을 종식시키려는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방역과 경제 활동의 균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어려움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일상 회복 움직임도 강해졌다. 많은 국가들이 경제 재개와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해 방역 규제를 완화했지만, 그 결과는 종종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이어졌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유로운 이동과 모임을 허용하는 정책도 확산의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지나치게 엄격한 방역은 경제를 침체시키고 사회적 불만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대로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 바이러스 재확산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계절에 따라 감염자가 급증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네 번째, 코로나와 공존: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

지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는 코로나 종식보다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방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와 경제 활동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일상에서는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 관리, 비대면 활동의 활성화 등이 기본적인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또한, 앞으로도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이에 따라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의료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마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인 팬데믹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은 우리가 팬데믹 종식을 단순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이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우리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준비하며, 방역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결국, 팬데믹의 끝은 단지 바이러스의 소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더 강하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도전을 안겨줬지만, 이 위기 속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은 앞으로의 전염병 대응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방심 없이,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권영미(現 가천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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