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연금 보험료율 인상...소득대체율은 '40→42%'↑
2003년 이후 21년만에 나온 정부 단일안...장기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군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정부가 2003년 이후 21년간 오르지 않았던 국민연금에 대해 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하기 위해 현행 9%인 연금 ‘보험료율’을 13%로 4%p 인상하는 방안을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이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과 같은 의미다. 

사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사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에 걸쳐 현재 9%에서 13%까지 오른다고 밝혔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매년 인상되는 것으로 정부의 개혁안이 확정이 되면 국민연금 개혁안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차등 인상(참고자료: 보건복지부 연금제도 개혁안 자료 캡처
국민연금 보험료율 차등 인상(참고자료: 보건복지부 연금제도 개혁안 자료 캡처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부모 세대보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층이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보험료율 차등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27년만의 연금 보험료율 인상 '9→13%'…소득대체율은 '40→42%'

정부는 지난 4일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현행 9%의 보험료율은 1998년에 정해진 뒤 26년째 같은 수준이다. 

참고자료: 보건복지부 연금제도 개혁안 자료 캡처
참고자료: 보건복지부 연금제도 개혁안 자료 캡처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로, 직장인의 경우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가입자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 70%로 높게 설계됐다. 2008년 50%로 떨어졌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줄여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은 42%로,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더 이상 낮추지 않고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금수익률도 1%p 이상 높여 5.5% 이상으로 높인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주요한 수단으로,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도출된 장기 수익률은 4.5%였으나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국민연금 장기적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국민연금 장기적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국민연금 장기적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정부는 중장년층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고, 재정이 안 좋아지면 지급액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 방안은 전 세계적으로 도입한 전례가 없어 중장년층의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도 진통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한다.
①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는 시점, ②기금 감소 5년 전, ③기금이 감소하는 시점 등 재정 위험도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현재 지급액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서만 조정된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한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한다.

자동조정장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국이 도입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해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더 튼튼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세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군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군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군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복지부는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두 차례 개혁(1999년, 2008년)으로 명목소득대체율도 인하되고 있어,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복지부는 이러한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세, 30세, 40세, 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인 50세는 연 1%p, 납입기간이 20년인 40세는 연 0.5%p, 30대와 20대는 각각 연 0.33%p, 0.25%p씩 인상해 형평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는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군복무·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군복무 크레딧은 군 복무자에게, 출산 크레딧은 출산 시 가입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해주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크레딧은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가 대상이지만, 이를 첫 아이부터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완화해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의 대상과 지원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하는 '다층 연금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영세사업장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등에 대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현물이전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률 개선을 꾀한다.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 등으로 가입자 확대를 유도하고,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작동

연금개혁안에는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개혁안대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이 조정되고 기금수익률을 5.5%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현재 2056년에서 2072년으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고갈 시점을 최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해 ‘맹탕개혁안’이란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례없는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에 대해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정부가 공언했던 ‘구조개혁’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제안은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상안으로 다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서둘러 국회 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한편 노후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행된 개인연금은 457만 명이 가입(2022년 기준)해 있다. 적립금은 169조 원(2023년 기준)에 이른다.그러나 고소득층이 주로 가입하고 있고, 원금보장 선호 및 중도해지 등으로 연금으로서 기능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가입 촉진을 위해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연금화를 제고해 나간다. 또한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 촉진 등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등 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노후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