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병원 엎친데 덮친 격...이달말 주당 35만 명 감염자 나올 수도
코로나 재유행...치료제 빠르게 소진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에서 이제는 경계로 격상되는 분위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 입원 환자가 9배 이상 증가( 한 달 사이)하면서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 입원 환자가 9배 이상 증가( 한 달 사이)하면서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앙뉴스 DB)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 입원 환자가 9배 이상 증가( 한 달 사이)하면서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앙뉴스 DB)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자 현장을 이탈해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없는’ 의료 현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코로나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8월 둘째주 표본감시 대상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수는 4주 전보다 9배 넘게 증가한 1357명으로 확인 됐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장관 주재로 질병관리청, 국무조정실, 교육부, 행정안전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코로나19 유행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질병관리청도 코로나19 입원환자가 지난 6월 말부터 다시 증가해 지난달 셋째 주 226명이던 입원환자 숫자가 이달(8월) 2주차에 1357명(잠정)까지 늘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입원환자는 지난달(7월) 둘째 주 148명, 셋째 주 226명, 넷째 주 475명 이었으나 8월 첫째 주에는 861명으로 7월과 8월 매주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재유행...치료제 빠르게 소진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치료제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중앙뉴스 DB)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치료제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중앙뉴스 DB)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치료제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7월 마지막 주 4만2000명분으로 33배 급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 품귀 현상도 벌어졌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코로나 치료제는 총 3가지다. 경구제(먹는 약)로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주사제로 베클로리주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돼 있다. 일동제약의 조코바정, 한국MSD의 라게브리오 등도 질병관리청에 코로나 치료제 추가 허가신청 중이다.

이들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은 관련 규정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맡는다. 자가검사키트도 부족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평상시 보다 2~3배 늘린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자 자가검사키트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생산·유통 과정을 면밀히 관찰 중이다.

사진: 진단키트 진매트릭스
사진: 진단키트 진매트릭스

장민수 식약처 대변인은 식약처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8~16일 상위 9개 자가검사키트 제조사의 시장 출하량이 257만개 이상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8월 첫주 공급량보다 8월 2~3째주 공급량이 회사별로 2배 내지는 3배씩 늘리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년간 유행 추이를 살펴본 결과로 이번 코로나 유행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과 7월, 8월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로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독감처럼 풍토병화 되면서 1년에 두 번, 겨울과 여름에 환자가 증가하는 시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봄, 가을, 겨울과 달리 여름의 경우 휴가가 많아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기온이 오르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의료 공백이다.  8월 21일 현재 의료 파업은 7개월째 계속 이어지고 있고, 업친데 덮친 겻으로 코로나19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결국 전국 의료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질병관리청은 "7월 3주 차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전국에서 229명이었지만 여름휴가철이 시작된 8월 1주 차에는 879명, 2주 차에는 1359명으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수치는 전국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감시사업 참여 의료기관 220곳의 표본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 실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게 질병청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달 말 코로나19 환자가 주당 35만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대책반 상황대응단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2년간의 추세를 분석했을 때 월말에는 지난해 최고 유행 수준인 주당 35만명까지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청은 감염 취약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치료제와 진단 키트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실을 찾는 코로나 환자 중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가 93.8%로 절대 다수여서 기존 의료대응체계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65세 이상·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응급실 과밀화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코로나가 더 확산하면 전공의가 이탈한 의료 현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 수준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하게 환자가 불어나거나, 중환자가 급증하는 경우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의 한 교수는 “일선 의료 현장은 지금도 겨우 버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 중환자 대응이나 치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의료 공백에 대처한 보건 당국의 비상진료체계는 비교적 원활하게 기능했다. 심각한 대란 없이 중증 및 응급 환자 진료를 유지했지만, 벌써 6개월이 됐다. 그러나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된 터라, 팽팽한 긴장 속에 여유 없이 굴러온 진료체계는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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