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끼고 주택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 늘어날 수 있어...이유는 투자 목적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1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며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갭투자를 비롯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수요가 늘면서 거래량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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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은 53.9%로, 표본 개편이 있었던 2022년 11월(53.9%)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금리 인상 이후 전셋값 급락으로 역전세난이 일어나면서 지난해 4월 50.8%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우량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높아졌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자료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0.02% 오르는 동안 전셋값은 3.79%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1.75% 상승한 데 비해 전셋값은 3.10% 올라 매매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컸고, KB통계 기준으로는 전셋값의 오름폭 차이가 더 컸다.

서울 시내 지역별로는 전세가율 62%인 강북구를 비롯해 중랑, 금천, 성북, 관악, 은평구의 전세가율이 60%를 넘은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의 전세가율은 모두 40%대에 머물렀다.

●서울, 전세 끼고 주택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 늘어날 수 있어...이유는 투자 목적  

매매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60%를 넘는 지역은 강북구(전세가율 62.0%)가 서울시 지역구 중 가장 높았고, 중랑구(61.6%), 금천구(61.4%), 성북구(61.0%), 관악구(60.4%), 은평구(60.2%) 순으로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다.

상대적으로 강남구는 전세가율이 50%를 밑돌았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42.7%)과 서초(47.2%), 송파구(46.5%) 등 강남 3구의 전세가율이 50%를 밑돌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앞으로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면 전세보증금을 뺀 나머지 차액만 있으면 돼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높을수록 매수자의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유행한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과열권에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뜨겁다. 이런 분위기라면 갭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 하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생각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중은 2021년 12월 60.1%에 달했으나 지난해 12월 38.9%로 떨어졌고, 올 5월에는 37.3%까지 낮아졌다"며 갭투자의 비중이 높지 않은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첫째, 아파트 전세가 비율(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지 않은 점을 꼽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월 현재 53.9%다. 바닥권이었던 지난해 4월 50.8%에 비하면 3.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이전 고점인 2016년 6월 75.1%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첫 조사 월인 199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308개월 평균인 55.1%보다도 약간 낮은 수준이다.  
 
둘째로는 정주(定住·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 목적의 집을 사려는 경향이 최근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지금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은 밀레니얼세대(1981~1988년 출생)와 Z세대(1989~2009년 출생)를 일컫는 MZ세대다. 이중 가장 활발한 수요층은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밀레니얼세대다. 그러나 밀레니얼세대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단순 갭투자보다는 자녀들과 함께 살아갈 집이 필요한 나이가 됐다.

● 집값 상승, 대출 규제가 갭투자 변수로 작용

전세보증금은 만기때 돌려줘야 할 부채다. 과거에는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전세를 끼고 '묻지마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과거의 '묻지마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대출 규제에 따른 갭투자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과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속에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전세보증금은 만기때 돌려줘야 할 부채다. 과거에는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전세를 끼고 '묻지마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과거의 '묻지마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생각이다.
전세보증금은 만기때 돌려줘야 할 부채다. 과거에는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전세를 끼고 '묻지마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과거의 '묻지마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생각이다.

전세금을 안고 투자하는 것은 세입자에게 무이자 대출로 돈을 빌려 사는 것과 같다.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은행 대출보다 쉽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아서다. 그래서 갭투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반기 집값 회복세가 가팔라질지도 주목거리다. 이 경우 갭투자 역시 증가할 수 있으나 단기간에 과거 급등기 수준에 이를 것 같지는 않다. 30대와 함께 갭투자를 이끌었던 20대들이 이에 관해 관심이 덜한 데다 수십 채를 사들이는 기업형 갭투기꾼이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있고, 밀레니얼세대 사이에서 실거주 트렌드가 강한 점을 고려할 때 그렇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든지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하는 게 필요하다. 

갭투자는 그 비중이 줄었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전세보증금은 만기때 돌려줘야 할 부채이기 때문에 은행권의 대출에 제동이 걸리면 갭투자 역시 부담이 가는 건 사실이다. 더욱이 세세차익이 없는 갭투자는 위험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기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충고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9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가상의 가산금리(스트레스)를 부여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상의 가산금리(0.75%포인트)를 부과해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가산금리는 대출 한도 계산에만 쓰일 뿐 실제 대출금리에 부과하지 않아 대출 금액만 줄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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