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대표 22년차 한미'맨'...오너일가 감추고 영업 밑바닥부터 배워
바이오 산업의 미래... 준비 할 시간 잃어버린 한미약품그룹
상속세, 오버행 이슈 해결...가족 4명이 모두 하나로 뭉치는 것이 '답'
소액주주연대... "주가부양에 적극적인 쪽에 힘 실을 것”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한미약품그룹이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사내이사 형제가 상속세 해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송영숙 회장 모녀에게 분쟁의 빌미를 제공해 경영권이 어려움에 처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은 한미약품이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그리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3자 연대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그리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3자 연대를 맺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에 나섰다. 이들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 준비 할 시간 잃어버린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은 올해 초 창업주 일가간 분쟁이 불거졌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소재·에너지 기업 오씨아이(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자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주총회 표대결을 통해 통합 결정에 반기를 들고 통합을 뒤집었다.

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와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지만 다시 반전이 생겼다.장·차남 형제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돌연 송영숙 회장 모녀 쪽으로 마음을 돌리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 회장 모녀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계약을 맺고 이들의 상속세 부담을 해결해주면서, 한미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리겠다고 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이사가 지난 13일(화)한미약품 본사에서 소액주주연대와 만나 상속세 납부 방안과 투자 유치 상황, 주가 부진 해결책 등을 논의하며 "나에게 한미는 첫 직장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종훈 대표는 투자 유치를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미그룹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왼쪽에서 세번째)가 13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소액주주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
사진: 미그룹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왼쪽에서 세번째)가 13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소액주주들과 면담을 갖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

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임주현 부회장과 송영숙 회장이 제시한 임시 주주총회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임종훈 대표와 상속세 납부 방안, 투자 유치 상황, 주가 부진 해결책 등을 논의하고자 모인 소액주주연대는 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사시기와 경력에 대해 물었다.

임 대표는 "지난 2002년 한미약품 영업사원 48기로 공식 입사했고 선배들에게 영업 밑바닥부터 배우기 위해 오너일가라는 사실을 감추고 일을 시작했다"면서 "이후 한미그룹 내에서 의료기기 마케팅, 해외 수출, 한미벤처스에서 투자업무 등을 두루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한미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 계열사 대표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 컨설팅을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한미약품 본사
사진: 한미약품 본사

임 대표는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잘 해오고 있고 저는 지주회사 대표로서 어떻게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 계열사 관련해서 13가지 현안과제를 도출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부 계획을 세우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은 이번 면담의 핵심 사안인 오너일가의 상속세 관련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이슈에 대해 물었다.

질문을 받은 임 대표는 "상속세 문제는 금액이 적지도 않고 6년 동안 나눠야 내야 하는 만큼 복잡하다. 상속자들이 모두 합쳐야 풀 수 있는 문제다. 도와주시려는 분들도 꽤 많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안정성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 중이다. 특히 시장에서 나오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이슈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미그룹 계열사 전체가 매출도 좋았는데 주가에 반영이 안되는 이유는 대주주의 오버행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빨리 해소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주가 부진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날 임 대표와 함께 소액주주연대 모임에 참석한 김영호 상무가 나서서 답했다.

김영호 상무는 "주가가 안 오르는 이유 중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버행 이슈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먼저 한미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것이 첫 번째였다." "해외 사모펀드(PE)에 매각하는 것이 부각됐는데 잠재적 투자자에 PE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략적 투자자들도 있었다." "해당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업화할 수 있는 시너지 낼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

"두 번째 목적은 주가 부양이었다." "오버행 이슈가 계속 주가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너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면 오버행 이슈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신주를 유치할 수 있고 일부 구주를 매각할 수 있다." "그런 방법을 통해 오버행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대주주들이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좋은 구조를 어떤 일부 대주주들이 들으려고 안했다." "예를 들면 투자가 왜 필요하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현금은 없고 주식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대주주는 '투자가 필요 없어'라는 식의 스탠스를 가지고 있었다. 건설적인 논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많은 상처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창업주 일가의 싸움에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 지면서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동력이 자꾸만 약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많이 안타깝다.

 ● 상속세, 오버행 이슈 해결...가족 4명이 모두 하나로 뭉치는 것이 '답'

송영숙 회장과 삼남매(임종윤·주현·종훈)는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이 작고하면서 약 5400억원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상속세의 납부기한은 2025년이다.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모녀는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도움을 받아 모녀 지분 상속세를 해결했다.하지만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대표,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아직 상속세를 완납하지 못한 상황이다.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는 상속자 4명이 함께 납부하는 연대납부 형태여서 다같이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상속세로 인한 오버행 이슈를 해결해야 하고 또 회사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현재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일각에서 매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많은 오해를 낳고 있지만 한미는 저의 첫 직장이기도 하다. 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면서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고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파트너사나 병원, 약국 등을 보유한 해외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인지 매각인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송 회장 모녀와 신 회장 측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임 대표 입장이다. 임 대표는 "그분들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그분들 역시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라고 믿는다"면서 "무조건 우리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화를 해봐야 좀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예 소통을 단절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시가총액 3조9000억원에 이르는 초 우량기업이다. 기업을 누가 잘 경영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족간의 화합이 중요하다. 일의 순서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송회장 모녀와 임종윤, 임종훈 형제 중 한미 경영에 누가 적임자인지 아직은 인정하는 이들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만큼 기업에 애착심이 많은 인사는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기에 모든 것들이 잘 수습되어 경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주가부양에 적극적인 쪽에 힘 실을 것”

임 대표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소액주주연대는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임종훈·임종윤 형제 측의 상속세 해결 방안이 여전히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연대 이준용 대표는 “주가 하락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오버행 이슈 등인데, 형제 측이 상속세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두루뭉술하게 답하고 있다”며 “상속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면 주가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종훈 대표가 취임한지 100일이 됐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연합과 형제 측이 향후 임시주총에서 표대결까지 갈 경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정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 더 주가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를 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어느 쪽이 주가 부양을 더 간절히 원하는지, 주가 부양의지가 높은 쪽을 선택할 것”이라며 “앞서 임주현 부회장을 만났을 때 주가부양과 함께 배당확대 등을 건의했고, 오늘도 임종훈 대표에게 똑같이 요구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주가부양에 좀 더 적극적인 제스처를 해주는 쪽으로 지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대주주연합과 형제 측은 소통의 부재가 있다고 보고, 임시주총 전에 무언가 해결될 거 같진 않다”며 “이렇게 (경영권을 두고)분열된 상황에서는 계속 주가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한미 실적하고 영업이익 다 올라가고 있는데 주가는 반비례해서 내려가고 있다"면서 "저평가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가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이사와 노용갑 부회장, 김영호 상무가 참석했다. 소액주주 측에서는 주주연대 이준용 대표와 인증기반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의 윤태준 연구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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