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중앙뉴스 칼럼= 박근종 이사장]작금의 은행권 금리가 요지경(瑤池鏡)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금리를 올리거라 내리거라’ 일일이 간섭하고 지배하는 이른바 ‘관치금융(官治金融)’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내리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출금리에는 ‘관치’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예금금리는 ‘시장 자율’이라고 내버려 두는 금융당국의 이중잣대가 만들어 낸 웃지 못할 촌극의 빚어낸 결과다. 당연히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관치 금리’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를 잡으려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시중 은행들이 연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더욱 커져 은행들의 이자수익만 크게 늘고 있어 은행들의 이자 잔치를 비판하던 정부가 또 은행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단 또 다른 비판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은행으로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언제든 ‘상생’ 요구가 나올 수 있어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처지다. 서민은 등골이 빠지는데 은행만 배 불리는 금리 정책 혼선은 멈춰야만 한다.

지난 8월 14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금액은 19조 8,10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7% 늘었다. 거래량은 1만 6,407건으로 같은 기간 59.5% 증가했다. 평균 매매거래 금액은 12억 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0억 6,600만 원)보다 1억 4,100만 원(13.2%) 올랐다. 1분기(1∼3월) 대비로 보면 거래금액은 98.6%, 거래량은 80.4%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주 연속 상승하며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고 있으며 거래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집값 급등에 제동을 걸려는 정부의 주택자금 대출 조이기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7월 이후 가산 금리를 수차례나 올리는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포인트가량 인상했다. 그 결과 변동금리형 주택자금 대출 최저 금리는 연 3% 후반, 최고 금리는 연 6%대로 올랐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가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난 8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14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3%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24일에도 대면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 금리를 0.2% 포인트씩 올렸다. 신한은행도 8월 16일부터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5% 포인트 추가 인상한다. 약 한 달 만에 대출금리를 다섯 번째 올리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 포인트 인상하고 지난 8월 7일에도 이를 0.3% 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지난달 두 차례 인상하고 지난 8월 8일 0.3%포인트 더 올렸다. 우리은행도 오는 8월 20일부터 대면 주담대 금리를 0.3% 포인트 상향한다고 발표했는데 벌써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부터 4차례 주담대 금리를 올렸고, 하나은행도 지난달 1일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축소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 한 달 보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5대 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횟수만 무려 17차례다.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기엔 당국의 입김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예금금리는 정반대 양상을 띠고 있다.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가 하락한 결과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5일부터 거치식예금과 일반 정기예금금리를 상품별로 최대 0.2% 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은 그보다 앞서 일부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2% 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은 8월 16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기예금 36개월 이상 상품 기본금리도 3.00%에서 2.95%로 0.05% 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예대금리 격차는 더욱 커져, 앞으로도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배를 불리는 건 당국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전반적으로 금리가 내리는데 금융당국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들에 ‘역주행’을 지시했다. 지난달 초 이복현 금감원장이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로 가계부채 악화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대출금리는 오르기 시작했다.

예금금리는 낮아지는데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면서 돈을 빌려야 하는 고객들만 힘들어지고 있다. 시장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은행에 내야 하는 꼴이 됐다. 대출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돈을 빌리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처럼 현 정부 금리 정책은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통령이 “은행 ‘돈 잔치’” 발언을 한 이후 당국은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늘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불붙었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정책 대출 규모를 늘리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을 당초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두 달이나 늦춰 가계부채 증가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12일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20조 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 5,000억 원 늘어 4개월째 증가한 걸로 나오자 다급해진 당국은 다시 은행에 대출을 옥죄라는 신호를 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압박에 시중 은행은 줄줄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주택 거래 증가에 따른 수요 급증을 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이달에도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거래 증가 및 휴가철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큰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며 “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간 정책적 공조, 금융권과의 긴밀한 소통 등을 통해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발(發) 정책 혼선의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 대출받은 서민들은 인위적 금리 상승에 상환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은퇴자 등 예금생활자들은 낮은 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한다. 관치(官治)도 나름의 능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무능한 정책으로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받게 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관치 금리’와 같은 실효성 없는 뗌질식 임시방편의 미봉 처방으로는 과거와 달리 대출금리의 인위적 상향 조정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졸속적(拙速的)으로 눈속임할 게 아니라 선명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안정화 의지를 보일 때 시장도 즉각 즉각 반응할 것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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