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지구촌 체육인들의 축제인 '2024 파리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2일(한국시간)새벽 프랑스 파리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폐회했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수상 행진으로 막을 올렸던 파리올림픽은 1900년과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파리에서 치른 세 번째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은 48년 만에 최소 인원(144명)으로 참가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금빛 뒤에 숨겨진 선수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체육계 협회들에 대한 조사가 일괄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베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목에건 안세영 선수다.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베드민턴 금메달 0순위 후보로 일찌거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들로 부터 주목을 받았다. 안세영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고 금메달사냥에 성공했다. 

안세영의 우승에 모든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한국 베드민턴계를 이끌어갈 대표 주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우승 소감을 묻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뜻밖의 말로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안세영은 인터뷰 말미에서 앞으로 "대표팀(협회)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언론들은 일제히 안세영의 폭탄 발언을 톱 기사로 국내에 전송했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 모두가 의아해 했다. 그리고 안세영이 왜 그런 말을 쏟아 냈는지에 대해 언론은 진위파악에 나섰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 역시 파리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안세영의 폭로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문제가 발견하면 감사로 전환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국가대표선수촌 훈련본부 등 안세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자세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안세영 선수의 발언에 주목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안 선수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개입하겠다"라고 밝혀 안 선수의 폭탄 발언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급기야 용산 대통령실까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있어 체육회 전체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안세영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과정과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 과정이다. 그리고 혹사당하다시피 출전해야 했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들이었다.

안세영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안 선수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며 대응했지만 여론의 비판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안세영의 이번 작심 발언은 사실 그동안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밝혀내지 못했던 타 체육협회의 운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됬다. 안세영만이 다 잘하고 협회가 다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는 선수대로 협회는 협회대로 할 말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선수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은 선수는 협회에 비하면 약자이기 때문이다.

안 선수가 고통과 아품을 참아가며 정상에 섰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힘든 훈련 과정을 참아가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안 선수가 금메달 주인공이 안 되었다면 언론은 이번 처럼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세영은 금메달을 땄고,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그런 작심 발언을 했을 때는 충분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과 언론은 모두 믿었다. 안세영이 칼자루를 잡은 형국이다.

협회는 안 선수의 주장에 부인으로 일관하기 이전에 안세영이 제기하는 문제에 경청하고, 무엇이 문제였던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노력도 없이 협회가 문제를 지적하는 선수에게 최선을 다했다며 변명부터 내놓는다면 선수는 더이상 협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안세영은 "제가 하고픈 이야기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고 해결해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말했다.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생색은 주인이 내는 것과 똑같다.

선수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을 해주는 것이 협회가 해야할 일이고 직무다. 겉은로 아무 문제가 없는 척 했던 협회가 정작 선수가 나서 잘못을 폭로하자 당황하며 변명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하는 모습은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 잘못했다면 과감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사가 협회장이 되어야 하고 임원들이어야 한다.

체육회 인사는 정직해야 한다. 각종 협회장 자리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다. 봉사하는 자리다. 봉사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협회장 자리를 탐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베드민턴 협회가 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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