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앱에 밀려 경쟁력 확보 못 해 3년만에 전국 지자체 배달앱 10여곳 운영 종료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코로나 사태로 전국 자치단체들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앞다퉈 도입했던 공공 배달 앱들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나 둘 씪 문을 닫고 있다. 민간 대형 배달 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특히나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사진: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철회 촉구 기자회견 (연합)
사진: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철회 촉구 기자회견 (연합)

26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1년여 사이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 예정인 공공 배달 앱은 10곳이 넘는다. 특히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지방에서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 여수의 씽씽여수와 경남 거제의 배달올거제, 충남의 소문난샵 등은 이용객을 확보하지 못해 일찍이 사업을 접었고, 공공 배달 앱 '월매요' 운영하는 전북 남원시가 다음 달 1일 종료한다.

하루 평균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수가 500명 일 정도로 이용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거의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한 부산 동백통
사진: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한 부산 동백통

도시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의 동백통은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대전의 휘파람은 1년여 전에 일찌감치 운영을 중단했다. 동백통은 1년 만에 누적 매출액 42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실거래 매장이 1천800개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휘파람은 2년간 주문 건수가 가맹점 1곳당 평균 48건에 그치며 이용 불편 민원까지 잇따라 운영업체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배달앱이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가 TF를 구성해 공공 배달 앱 '배달특급'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월간 최대 60만명을 넘던 이용자 수는 2022년 26만명대로 급감하며 경쟁력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020년 공공 배달 앱을 처음 도입한 전북 군산시는 연간 주문 건수가 36만건에서 
지난해 19만건으로 반토막 나면서 운영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자치단체들이 무리한 사업으로 예산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자 지자체들이 배달 앱의 운영 중단을 논의하거나 운영 전반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지방자치단체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배달앱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시작한 2023년 이후부터 배달앱의 운영이 어려워 졌고 매년 적자폭이 늘어나자 사업을 접으려 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시가 운영하는 동백통은 44억원이 투입돼 구축됐지만 매년 운영비로 10억원가량이 소요됐다. 경기도의 배달특급은 연간 60억∼120억원의 손해를 냈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앱 구축과 유지, 관리, 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민간 업체들이 이미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자치단체의 배달앱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고령화가 심각해 배달 앱 사용률 자체가 매우 낮은 농촌지역 자치단체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에 착수했다"며 "독과점 방지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실패의 원인을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지자체의 배달앱 종료는 오히려 민간 배달 앱들의 횡포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폐지보다는 보완을 통해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치단체들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시작한 공공 배달 앱 사업이 예산 낭비로 끝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 기존 민간 배달 앱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배달앱 유지를 찬성하고 있는 군산시 관계자는 "비록 이용률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수수료와 광고료 등이 거의 없어 소상공인에게는 여전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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