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 기종 50대 신규 도입 MOU 체결...대한항공, 역대 최대 계약
'꿈의 항공기' B787-10...25일 인천∼일본 도쿄 나리타 노선에 처음 투입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합병 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노린다.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의 첨단 중대형 항공기 777-9와 787-10 쉰(50)대를 도입한다.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어서다.

22일 대한항공은 영국 햄프셔주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등 최대 50대 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양해각서(MOU)체결은 조원태 회장이 참석해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과 B777-9 등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직접 체결했다. 

사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과 B777-9 등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사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영국 햄프셔주 판버러공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스테퍼니 포프 보잉 상용기부문 사장과 B777-9 등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이번에 도입키로 한 미 보잉사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 777-9과 787-10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항공기로,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기단 현대화’에 나선 대한항공... 777-9, 787-10 항공기는 어떤 기종?     

사진: (대한항공 제공). 787-10 기종(30대) 역시 787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에 견줘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사진: (대한항공 제공). 787-10 기종(30대) 역시 787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에 견줘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앞두고 선택한 보잉 777-9 기종(20대)은 탄소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가 기존 777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 효율을 10% 이상 개선된 항공기다. 동체 길이도 길어 통상 400~420석 규모 좌석을 운영할 수 있다. (Full Pax 기준) 운항 거리는 1만3천㎞ 이상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전 지역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한항공 쪽의 설명이다. 

787-10 기종(30대) 역시 787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 중인 787-9에 견줘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특히 787-10 기종은 길이가 68.3m다. 각 드림라이너의 승객 수용 능력 측면에서 2종류 구성으로 242, 290, 330으로 확산된다. 787-10 기종은 화물칸에 13개의 팔레트를 실을 수 있다. 이는 787-9보다 4개 더 많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30조 통큰 베팅...대한항공, 역대 최대 계약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의 보잉 기종 50대 신규 도입 계약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양해각서(MOU)체결 뒤에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통큰 베팅에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에서 진행된 결과로 보고있다.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14개국에 신고했고, 현재 미국 공정거래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미 법무부는 10월 말께 심사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보잉의 잦은 사고 이후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량 구입했다. 그러자 항공 업계가 보잉과의 협력 관계가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보잉사와의 관계가 멀어질 경우 향후 대한항공에 미칠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미국산 항공기를 최대 규모로 사들이기로 해 보잉사에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2019년 파리에어쇼에서 보잉과 787-10 기종 20대 등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B787-10은 이날 대한항공에 처음 인도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도입한 B787-10 여객기의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바꾸는 등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B787-10은 오는 25일 인천∼일본 도쿄 나리타 노선에 처음 투입한다. 보잉 787-10 기종은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처음 운영하는 기종이다. 1호기는 국제선 단거리 노선에 투입해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캐나다 밴쿠버 노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후 미주 서부와 유럽 등 노선에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 도입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좌석도 공개했다.

사진: 좌석 시트 길이는 기존보다 길어진 78인치(약 198㎝)이며 좌석 간 간격은 46인치, 좌석 너비는 21인치로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대한항공 제공).
사진: 좌석 시트 길이는 기존보다 길어진 78인치(약 198㎝)이며 좌석 간 간격은 46인치, 좌석 너비는 21인치로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대한항공 제공).

이번에 최초로 선보인 프레스티지클래스 좌석 ‘프레스티지 스위트 2.0(Prestige Suites 2.0)’은 기존 좌석 대비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조각보 패턴 등 한국 전통의 아름다운 무늬를 살려 디자인했다. 색상은 조선시대 백자에서 영감을 받은 크림 컬러와 놋그릇을 연상케 하는 금빛을 적용했다.

좌석 시트 길이는 기존보다 길어진 78인치(약 198㎝)이며 좌석 간 간격은 46인치, 좌석 너비는 21인치로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팔걸이 옆 개인용 공간을 확장해 편의성도 높였다. 컵을 놓을 수 있는 테이블과 개인 물품 보관함, 휴대전화 무선 충전기, 220·110V 겸용 콘센트, 2개의 고속 USB-C 포트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승객의 프라이버시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있고, 좌석 등받이를 180도 눕혀 침대처럼 활용할 수 있다. 좌석 시트 길이는 기존보다 길어진 78인치(약 198㎝)이며 좌석 간 간격은 46인치, 좌석 너비는 21인치로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 대한항공이 선택한 보잉 777-9과 보잉 787-10기종... 친환경, 고효율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 배경은 친환경·고효율 기재 위주로 기단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이 구매할 보잉 777-9과 보잉 787-10 모델 등은 기존 항공기 동체를 만들 때 사용하던 알루미늄 합금 대신 탄소복합소재를 적용해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기존 동급 항공기보다 좌석당 연료 소모율이 20% 이상 개선되고 탄소배출량 또한 20% 이상 감소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친환경, 고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대한항공이 현재 장거리 노선 주력기로 사용하고 있는 보잉 777기종은 여객기 기준 총 37대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7대는 비행기 연수가 20년이 넘을 정도로 노후화됐다. 

대한항공은 이처럼 노후화된 항공기를 대신해 지속적으로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에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한 보잉 777-9 항공기 20대와 보잉 787-10 30대 이외에도 에어버스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neo 50대 등을 도입해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를 203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2년 안에 하나로 합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의 합병 후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자리 잡기 위해 이번에 차세대 여객기를 대거 도입하고, 기종 단순화를 노리고 있다. 최신 기종 도입과 기종 단순화로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보잉 777-9 및 787-10 도입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항공기 구매 계약을 통해 승객의 편안함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약 18조원을 투자해 에어버스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 A350을 33대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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